[이코노 카페]‘역모기지’ 르네상스 시대 열릴까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2분


고령화 사회에서 은퇴한 당신은 주위를 둘러봅니다.

여전히 일할 기운이 펄펄하지만 ‘인생 2막’에서 고정된 수입원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생의 훈장 같은 집 한 채가 남아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7월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역모기지론을 판매합니다. 집을 갖고 있지만 특별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가 집을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노후 생활자금을 연금 형태로 받는 제도입니다. 공사에는 벌써부터 역모기지론에 대해 문의하는 장년층의 전화가 줄을 잇는답니다.

국내 역모기지론 판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95년에 조흥은행이 도입했다가 호응이 없어 곧바로 중단했습니다. 2004년 조흥은행 농협 흥국생명이 다시 이 상품을 팔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실적은 저조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신한은행(조흥은행 통합)에선 475건, 농협에선 15건만 팔렸습니다.

그동안 역모기지론은 왜 인기가 없었을까요.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국인은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해 생활비 용도를 위해 집을 담보로 맡기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고 했습니다. 상속을 기대하는 자녀들의 반대도 크다고 하네요.

역모기지론을 팔지 않는 다른 은행들은 “집의 미래 가치를 파악하는 금융기법이 없는 데다 향후 금리가 불확실해 은행으로서는 리스크가 크다”고 했습니다.

소비자들도 불안해합니다. 신한은행은 대출자 나이와 집값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신 최장 15년까지만 대출하고 있습니다. 만약 55세에 은퇴해 역모기지론을 신청하면 70세까지만 연금을 받는 구조입니다.

공적 보증 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선보일 역모기지론은 65세 이상 중 기준시가 6억 원 이하의 집을 갖고 있는 고령자에게 종신으로 매월 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상품 개발을 거의 끝마친 공사는 집값만 6억 원 이하라면 다른 금융자산이 있어도 대출을 할 수 있게 할 방침이랍니다. 비싼 집에서 살았는데 소득이 끊겼다면 집 규모를 줄이고 역모기지론을 받으면 됩니다. 이 방침에 대해선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솔로몬의 해법으로 국내 역모기지론 시장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으면 합니다. 하긴 그동안 고령화 사회에 걸맞은 사회보장 제도가 너무 취약했습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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