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빛나는 두터움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2분


백 ○ 한 수로 균형이 무너졌다. 지금 차이는 미세하다. 집은 흑이 약간 많다. 하지만 백의 두터움은 종반으로 갈수록 집으로 불어날 것이고 이런 저런 상황을 헤아리면 결국 흑이 덤에 걸리는 흐름이다. 덤을 따질 정도의 차이라면 뒤집을 여지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격차가 커도 변수가 남은 판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 그러나 이 판은 백 ○를 당하는 순간 변화의 여지가 사라졌다.

일단 백 100까지 수순을 따라가 보면 ○의 가치, 두터움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좌하변 백은 사는 수가 없다. 그럼에도 백 80 이하로 움직인 것은 92로 흑 ○ 한 점을 잡기에 앞서 활용한 수다. 흑이 백대마를 잡아 좋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좌변은 원래 흑진이었던 곳이다. 잡은 대마도 위 아래 어느 쪽으로든 백이 둘러싸면 몇 수 더 놓고 따야 한다.

수순 중 흑 87은 참고도 1로 미는 게 이후 흑 A에 두지 않아도 되므로 더 낫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도전자는 백도 12까지 막는 자세가 좋아 실전과 차이가 없다고 반박한다. 빛나는 도전자의 두터움이여!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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