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경호원 10여 명을 대동하고 B술집 종업원들을 끌고 가 마구 때렸고, 그중에 아들을 폭행한 당사자가 없자 다시 술집으로 가 당사자를 찾아내 보복을 했다고 한다. 야간에 집단으로 각종 흉기를 소지하고 타인의 영업장소에 몰려가 폭력을 행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납치 행위도 있었다. 암흑가의 갱 영화가 연상될 정도다.
법치국가에서 정당한 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린치(사적 보복)는 범죄다. 공인(公人) 중의 공인이라고 할 재벌그룹 회장이 허리춤에 흉기를 찬 경호원들과 함께 상대를 감금하고 폭력을 휘두른 행위는 법 이전에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처신이다. 기업인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만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법과 질서를 지켜야 마땅하다.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그동안 보인 자세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경찰은 사건 직후부터 재벌 총수가 관련됐음을 알고서도 똑바로 수사하지 않고 쉬쉬하는 데 급급했다. 사건 2, 3일 후엔 경찰청장 출신인 최기문 한화 고문이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 씨가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부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는 기업인들의 처신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같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부호들은 막대한 돈을 자선 활동과 차세대 교육을 위해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계 리더들이 사회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솔선해 실천해야 한다. 김 회장 때문에 재계 전체를 욕해서는 안 되지만, 김 회장은 재계 전체에 누를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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