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박 전 대표가 선거기간의 두 대선주자 공동유세 불발에 대해 언급하면서 2005년 2월 이 전 서울시장의 행정도시 관련 발언을 거론한 것부터 잘못이다. 박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군대라도 동원해 행정도시를 막고 싶다고 한 분과 (대전에서) 유세를 같이 했으면 표가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유세 무산이 재·보선 패인(敗因)의 하나이고, 공동유세를 거부한 박 씨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을 반박하려고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적절치 못했다.
박 씨가 이 씨의 행정수도 관련 발언을 정확히 옮겼는지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공동유세를 거부한 이유로서 상대방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은 옹색하다. ‘민심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으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두 대선주자가 자리를 함께 했더라면 득표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표가 떨어졌겠는가. 당 안팎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큰 정치의 리더십을 보여 주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씨 쪽에선 정면 대응을 피하기로 방침을 세웠다지만 이 씨 측근들 입에서 흘러나오는 발언도 위태롭기 짝이 없다. 한 핵심 측근이 “(박 전 대표에게) ‘독재자의 딸과 당을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면 좋겠느냐”고 한 것은 숨어서 상대방에게 총을 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라 당 안에서 “이러다 정말 당이 쪼개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소리가 새나온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39%의 득표율밖에 올리지 못했고 대구 경북 10곳 중 7곳을 비롯해 ‘텃밭’에서조차 무소속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국민이 두 대선주자에게 70%, 한나라당에 50%의 지지율을 보여 온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성적이다. 두 사람이 분열한 채 서로 삿대질이나 하면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독선을 부린다면 이는 높은 지지율 속에 담긴 국민의 열망을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이 끝내 정신을 못 차리면 국민이 가혹한 심판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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