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준법의식 실종된 민노당 의원들

  • 입력 2007년 4월 29일 23시 40분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기업이 만든 정부 행정 프로그램을 해킹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해킹은 국정감사에서 보안성 결함을 폭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보좌관과 해킹에 가담한 정보기술(IT) 업체 직원들이 벌금형까지 받았으나 이 의원은 자신의 관련 혐의를 계속 부인했다. 그러나 보좌관이 “의원의 지시를 따랐다”고 진술해 결국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이 의원은 실제 국감에서 해킹 시험 과정을 담은 동영상 자료를 공개하면서 관련 기업 특혜 의혹까지 제기했으면서도 자신의 해킹 관련성은 끝까지 부인했다. 떳떳하지 못한 처신이다. 특히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행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설혹 목적이 순수하다 해도 수단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 성경을 읽으려고 양초를 훔쳐선 안 된다.

해킹은 도청과 마찬가지로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다. 해킹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재산상 손실을 안길 뿐 아니라 국가기밀의 유출 등 공익(公益)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누구보다 법을 바로 알고 솔선해서 지켜야 할 국회의원이 해킹을 지시했다니, 준법정신의 실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의원뿐 아니라 민노당 소속 의원들이 그동안 드러낸 준법의식 실종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는 단체가 불법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민노당 이름으로 허가를 받아 내 ‘멍석’을 깔아 준 일도 있었다. 전현직 당직자가 ‘일심회’ 간첩사건에 관련됐음에도 국민에 대한 사과에 미온적이었을 뿐 아니라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법정시위까지 벌였다. 권영길, 노회찬 의원은 각각 2급 군사기밀과 주한미군 관련 한미간 비공개 협상 내용을 공개한 적도 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만든 법률을 스스로 짓밟는 행태다.

민노당은 국민 세금으로 정당 보조금을 받는 공당(公黨)으로 의원 9명의 원내 제4당이다. 반국가단체라면 몰라도 그런 제도권 정당 사람들이 지하단체에서 투쟁하던 시절의 의식과 행동을 버리지 못한다면 자신들을 위해서도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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