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훈]군부대는 어디로 가란 말인가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0분


국방부는 송파지역에 새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이 일대의 군부대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아파트를 지어 2009년부터 분양할 계획이라고 지난달에 발표했다. 군의 존재 목적은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헌법에도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명시했다. 언제부터인가 군의 순기능이 도외시되고 군 관련 이슈가 대두될 때마다 군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예비역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송파지역 군부대를 신도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첫째, 국가 정책과의 부조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밀집과 과밀화를 방지하기 위해 충남에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송파에 신도시를 개발해 인구 집중을 유발하는 등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사업을 서울시나 송파구와의 사전협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송파대로는 가락시장과 경기 성남시와 분당으로 향하는 도로가 하나뿐으로 교통체증이 심한데 신도시를 건설해 인구가 집중되면 복잡함은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송파지역 군부대 이전은 유사시 군의 작전수행능력을 저하시킨다. 특전사는 전쟁 발발 시 적 후방지역에 침투하는 공수특전부대로서 작전반응 시간을 감안해 인근 성남비행장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기 위해서 도보로 1시간 이내인 송파에 자리 잡았다. 전시에 피란민 대열, 일반 차량, 군부대 이동 차량으로 교통 혼잡이 야기돼 비행장으로 이동하는 데 수시간이 소요되는 지역으로 이전하는 일은 위기조치 능력을 무력화하는 조치와 다를 바 없다.

이뿐만 아니라 계엄이나 자연재해 발생 시 서울 근교에 군부대의 투입이 요구될 때는 다른 지역에서 오는 부대를 송파의 군 주둔지에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여기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군부대를 집결시킬 공간을 상실한다. 많은 군 원로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06년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를 면담해 재고를 건의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셋째, 군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 송파에서는 군부대를 나가라 하고 이전 예정지에서는 행정관청과 주민이 군부대를 혐오시설이라 하면서 수용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전개되니 군부대는 어디로 가란 말인가? 이런 환경과 분위기에서 어떻게 군의 사기가 올라가는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넷째, 부동산정책의 실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정책으로 아파트 가격의 안정세를 기대하는 가운데 군부대 이전으로 예정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도시 추진이 전국적 지가 상승을 유도했는데 또다시 많은 군부대를 동시에 이전하면 이전 예정지의 지가는 상승하고 이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송파지역 군부대 이전은 국가정책, 전시 위기관리, 군의 사기 및 부동산정책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이상훈 전 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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