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EU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이다. EU에 대한 우리 상품 수출은 2005년을 기점으로 대미(對美) 수출량보다 많다. EU는 우리나라에 4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3년 전, 동유럽 10개국이 EU에 가입했을 때 우리의 대EU 수출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들 나라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면서 우리에게 더 유리해졌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동유럽을 EU 시장 진출을 늘리기 위한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3년간 동유럽에 신규 투자한 금액이 약 12억 달러다.
▷정부는 어제 EU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1차 협상은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에서 벌어진다. 작년에 예비협의를 한 만큼 서로를 잘 안다. 때마침 EU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단일시장으로 가는 첫걸음인 ‘미-EU 경제 파트너십’에 합의했다. 양측이 규제를 단일화해 무역과 투자를 늘리자는 내용이다. 우리가 미국에 이어 EU와도 FTA를 체결하면 ‘시장 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의 중심에 서는 셈이다.
▷EU는 작년 말 한국, 아세안, 인도를 FTA 대상국으로 공식 선정했다. 동진(東進)정책이다. 2005년까지는 우리에 대해 소극적이었지만 미국과 FTA 협상 중이던 우리에게 바짝 관심을 높이더니 요즘은 절실히 원한다고 한다. 한미 FTA가 우리의 협상력을 키워 준 것이다. EU는 자동차 화학 와인 치즈 및 금융 통신 등 서비스에, 우리는 자동차, 전기 전자, 섬유 의류에 각각 관심이 많으니 궁합도 잘 맞는 편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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