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그가 무릎 연골을 다치자 여러 의견이 나왔다. 잉글랜드의 일부 기자는 박지성이 1년은 뛰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또 일부는 박지성의 전성기는 끝났다고 했다. 아시아, 특히 일본에서는 박지성의 수술 발표가 한 달가량 늦어진 것에 대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시아 투어 때 스폰서를 확보하기 위한 술책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日서 “아시아투어 스폰서 확보 위한 술책”
무릎 부상에 대한 판단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시기에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다양한 검진을 하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수술보다는 자연 치유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아시아 사람들이 왜 잉글랜드 클럽에 냉소적인지 잘 알고 있다. 만일 이 같은 일이 첼시에서 일어났다면 그런 냉소를 받아들이겠다. 첼시의 사장인 피터 캐니언 씨는 사업가로 극동 지역에서 첼시 마케팅을 성공시키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맨체스터는 이미 아시아에서 인기 구단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미국인 구단주와 함께 시즌 전에 티켓과 TV 중계권을 팔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단기적인 이익이 선수들 머리카락 하나의 가치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맨체스터는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 잘 어우러질 아시아 최고의 선수를 찾기를 원하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템포 속에서 살아남은 최고의 아시아 선수로 믿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 판단 기준으로 기술, 성실함과 스피드, 적응력을 꼽는다. 무엇보다 팀플레이를 잘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박지성은 이 모든 기준에서 퍼거슨 감독을 만족시켰다. 에인트호번 선수들은 그에게 ‘산소 탱크’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맨체스터 선수들은 ‘3개의 폐를 가진 박’이라고 부른다.
투혼이 뒷받침된 박지성의 거침없는 질주는 팀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막을 내렸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양쪽 날개나 미드필드의 중앙에 기용해 긱스나 호날두의 숨통을 틔워 주고 싶을 것이다.
박지성은 신임을 주는 선수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이 블랙번 로버스와의 경기에서 무릎을 다쳤을 때 시간을 많이 두고 생각한 이유다. 박지성은 당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퍼거슨 감독은 먼저 물리치료사에게 부상의 정도를 파악하고 치료하게 했다. 그래도 염증과 통증이 가라앉지 않자 전문의들에게 맡겼다.
○선수보다 눈앞 이익 좇는 구단 아니다
퍼거슨 감독은 “우리는 스웨덴에도 의사가 있다. 만일 중상이라면 바로 최고의 선택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약 4주가 지나서야 박지성은 미국 콜로라도의 무릎 전문의 리처드 스테드먼 박사에게 보내진 것이다. 스테드먼 박사는 앨런 시어러와 뤼트 판 니스텔로이, 마이클 오언 등 셀 수 없이 많은 축구 선수의 선수 생명을 연장시킨 명의다.
스테드먼 박사는 박지성의 부상을 보고 곧바로 복잡한 무릎 연골 복원 수술에 들어갔다. 무릎 수술은 보장이란 단어가 없다. 결코 서둘러선 안 된다. 시간이 있다면 자연 치유가 최선이다. 이런 절차를 거친 뒤에야 맨체스터는 박지성이 올 시즌을 마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지성의 부상은 4년 전 부상이 재발한 것이다. 이번 시즌엔 발목 인대가 찢어지기도 했다. 아마도 슈퍼맨같이 뛰어다니는 그의 페이스를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일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 준 멋진 모습 때문에 서울과 맨체스터를 자주 오가야 하는 일정이 그를 한계에 몰아넣었을 수도 있다. 박지성이 건재하는 한 맨체스터와의 2010년까지 계약, 그리고 나이키와의 2019년까지 계약은 유효하다.
맨체스터는 박지성 없이도 잘할 것이다. 맨체스터는 호날두와 루니 등 슈퍼스타가 있어 아시아 투어 때 언제든 스폰서를 잡을 수 있다. 박지성의 부상에 얽힌 ‘음모설’은 그의 부상에 모욕을 가하는 것이다.
강요된 휴식이지만 이번 부상으로 박지성이 에너지를 회복해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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