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서봉수 9단은 “바둑은 나무 판때기에 돌을 놓는 것”이라며 “돌과 돌을 잘 연결할 줄 아는 것이 바둑을 잘 둘 수 있는 으뜸 비결”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장난기가 섞인 말이어서 처음 들을 때는 피식 웃지만 곰곰이 씹어볼수록 바둑의 본질을 쾌도난마처럼 명쾌하게 정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둑의 돌은 서로 연결되면 힘이 늘어나고 분리되면 줄어든다. 우하변의 싸움에선 양분된 백이 힘을 쓸 수 없다. 흑 ○로 밀고나간 수가 고삐를 쥘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판을 복잡하게 만든 실착이었다. 참고도 흑 1로 호구치는 것이 정수였다. 흑 5 이후 A와 B로 공격하는 것을 맞볼 수 있다.
백 28로 흑도 허리가 잘리자 만만치 않은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 흑 49까지는 외길인 듯 보이는데, 이재웅 5단은 흑 41과 47의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백 48로는 어떤 수가 있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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