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쏘옥]평판 안 좋아야 승률 높은 ‘악명 효과’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흐루시초프)는 냉전시대 유엔회의에서 신발을 벗어 연단을 내려치며 소리를 지르는 등 기행을 일삼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나중에 국제 외교가(街)에는 그의 기행이 서방 세계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미리 계산된 행동이라는 후문이 떠돌았다.’

박찬희 한순구 교수가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악명(惡名)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예시한 사례다.

악명 효과는 일부러 나쁜 평판을 쌓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게임이론의 한 전략이다.

이 전략은 자신이 객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특히 유용하다. 불리한 상황일수록 상대에게 자신이 예측불허이며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주어야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도 북한이 이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내려진 결론이라고 보기 힘든 예측불허의 행보를 보이는가 하면 여차하면 ‘너 죽고 나 죽자’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다.

북한이 ‘이판사판’으로 나올 때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합리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악명 효과를 활용한 또 다른 전략은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나온다.

무대포(유오성 분)는 ‘상대편이 얼마가 됐든 한 사람을 골라 때린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아무리 많아도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

실제 상황에서 상대가 악명 효과를 활용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가 상대보다 더한 ‘막가파식’ 악당이 되는 것뿐이다. 문제는 둘 다 이판사판으로 맞서면 결국엔 한 명이 고개를 숙이거나 둘 다 파국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책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방침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강심장’이 좋은 머리나 정교한 기술보다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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