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53은 호쾌하다. 좋고 나쁨을 떠나 짜릿한 손맛을 느끼는 수다. 하지만 지금은 기분만 냈지 실속이 없는 수였다. 쫀쫀한 듯 보이나 참고도 흑 1로 끼우는 게 쉽게 가는 길이었다. 흑 5가 선수여서 다음 7로 끊으면 백이 곤란하다.
백 54로 슬그머니 머리를 내밀고 나오자 판이 복잡해졌다. 흑 55로 거듭 씌워 호조인 듯 보이나 백 60의 반격을 당하니 애초 신나게 씌운 흑 53이 무색해졌다. 이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백 64의 취권도 선수여서 아프다. 누가 누구를 공격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이 순간 백이 ‘가’로 대차게 싸우지 못하고 돌연 꼬리를 내린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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