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면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 북은 이번에도 열차 정기운행을 가능케 하는 항구적 군사보장 대신 1회 시험운행을 위한 한시적 군사보장만 해 줬다. 그것마저도 8000만 달러어치의 경공업 원자재를 받기로 하고 마지못해 수락했다. 남북 열차의 정상 운행이 이뤄지려면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돈과 물자를 북에 바쳐야 할지 모른다.
북한 핵 문제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2·13 베이징 합의에 따른 핵시설 폐쇄 조치 이행 시한(4월 14일)이 경과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북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돈이 먼저 인출되어야 한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악화되고 있는 이라크 사태로 미국의 손발이 묶인 처지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핵 불용(不容)에 대한 미국의 방침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미 정부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보고서까지 냈다. 핵을 외부로 확산시키지만 않으면 기존의 핵은 문제 삼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던 일각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4일 “남북관계가 6자회담보다 반 발 늦게 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정권 사람들은 남북관계가 6자회담보다 앞서 가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북핵의 심각성과 문제의 우선순위에 비춰 보면 최소한 함께는 가야 한다. 남북관계의 소소한 진전에 취해 영원히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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