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1987년 정계에 입문해 국회의원, 노동부 장관, 경기도지사로 입신양명(立身揚名)했고 한때는 대통령 대세론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 20년 동안 당적을 7번 옮겼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씨에게 패하자 탈당한 뒤 국민신당 후보로 독자 출마해 결과적으로 좌파 정권(김대중·DJ 정권) 등장의 ‘일등공신’이 됐다. 2002년엔 민주당 경선 도중에 노무현 씨에게 크게 밀리자 경선을 거부하고 탈당했다.
그는 어제 복당하면서 “당시 민주당 탈당은 급진 좌파 노선과의 결별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DJ 대신 그 아들이 자리 잡은 민주당이 5년 전엔 ‘급진 좌파의 온상’이었는데 지금은 ‘나라의 미래를 열어 갈 당’이 된 것인가.
하기야 이 씨만이 정치적 변신의 모델은 아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몸담았던 당에 침을 뱉고 돌아선 정치인도 벌써 적지 않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산이 없을 듯하자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사람이나, 범여권 통합을 한다며 실제적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뛰쳐 나온 사람들이나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그럼에도 이 씨는 정치인의 대권(大權)에 대한 집착과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착각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먼저 보여 준 반면교사라 하겠다.
이 씨는 1997년 신한국당 경선 결과 불복 후 독자 출마하면서 “새로운 정세가 조성됐고 국민이 나를 부른다”고 주장했다. 대선 결과는 그의 참담한 패배였다. 이 씨를 거울삼아 오늘의 정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도 무의미하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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