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부터 말로는 “친노 세력을 묶어 정치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에게 돌아가며 ‘말 폭탄’을 퍼붓고 있다. 이 전 비서실장은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향해 ‘살모사 정치’라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친노 세력 안에서는 “대통령을 밟고 가려는 사람은 범여권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대선 후 정당정치에서도 분명한 세력으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임기를 9개월 남짓밖에 남겨 놓지 않은 정권이라면 국정 마무리에 전념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자성(自省)도 그만큼 깊이 해야 한다. 그런데도 ‘평가’를 빌미로 노골적으로 ‘대선 정치’에 개입하려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역대 어떤 정권도 임기 말에 ‘자평(自評)모임’을 빙자해 차기 대선 정국에 교묘하게 끼어든 전례가 없다. 한 시대가 가면 조용히 물러나 역사의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 바른 처신이다.
방법도 치졸하다. 앞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하면서 뒤로는 ‘친노 대선 후보’가 뜰 때까지 범여권을 휘젓겠다는 속셈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 김 두 사람의 ‘대선 불출마’를 유도하는 설문조사를 하다가 항의를 받고 중단하기까지 했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은 대선 개입과 ‘평가포럼’ 활동을 중단하고 공정한 대선 관리자로 남아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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