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과도한 영양 섭취 때문에 생길 수 있다고 해서 ‘부자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운동이 부족한 탓인지 왕실에 환자가 많았다. 세종대왕도 당뇨병 환자로 알려져 있다. 몸이 비중(肥重)하고 식성이 좋아 하루 네 번 식사를 했고 고기가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을 만큼 육류를 즐겼다고 한다. 말년엔 옆 사람도 못 알아볼 만큼 시력이 쇠퇴했다고 하니 전형적인 합병증 증세다. 당뇨병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당뇨병학회가 처음으로 국민표본조사를 한 결과, 한국인의 7.75%인 270만 명이 당뇨병 환자로 추정됐다. 우리나라는 환자도 많지만 사망률도 높다. 당뇨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다. 일본의 5.9명에 비하면 6배나 높은 수치다.
▷당뇨병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20만 원으로 모든 병의 환자 평균 진료비 47만 원의 4배가 넘는다. 8%가 안 되는 당뇨병 환자가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진료비 비율은 19.25%에 이른다.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은 1997년 국가당뇨예방프로그램(NDEP)을 만들었고, 일본도 ‘건강일본21’ 정책을 통해 적정 체중 유지와 평균 보행량(하루 1만 보)을 권고한다. 당뇨병은 생활습관병이다. 예방도 가능하고, 환자가 됐더라도 적절히 대응하면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다. 의사들은 당뇨병을 ‘평생 친구’로 여기라고 조언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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