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승리한 사실은 우리의 암울한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올해 52세인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자는 세금을 내려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공법으로 좌파인 세골렌 루아얄 후보를 여유 있게 눌렀다. 타협보다는 대립을 즐기고, 때로는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는 사르코지 당선자를 보면, 다 죽어 가던 미국 뉴욕 시를 되살린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떠오른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여러 면에서 프랑스적이지 않은 인물이지만 사회주의 관료제에 식상한 프랑스의 유권자는 공격적 우파인 그를 선택했다.
공격적 우파 택한 프랑스
한나라당은 사르코지 당선자를 선택한 프랑스 다수 국민의 마음을 통해 우리나라 다수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그래도 한나라당에 한 가닥 희망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멋대로 세금을 거두고, 그렇게 거둔 세금을 멋대로 써 버리는(tax and spend), 오만하고 위선적인 좌파 정권을 종식시킬 수 있을까 해서다. 많은 국민은 정부가 부당하게 가진 권한을 개인 기업 학교에 되돌려 주고, 북한 동포를 압제와 기아에서 해방시킬 각오를 가진 전사형(戰士型) 후보가 한나라당에서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
줄리아니 전 시장과 사르코지 당선자뿐만 아니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도 모두 ‘전사’였다. 사회주의로 무너져 내린 영국을 다시 일으킨 대처 전 총리는 1975년 우유부단한 보수당 지도층에 도전해 당 대표가 됐고, 1979년 총선에서 승리해 53세에 총리가 됐다. 1981년 70세의 나이로 미 행정부의 수장이 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소련을 ‘악(惡)의 제국’으로 부르면서 공산주의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원대한 과업을 추진했다. 다 망가진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백악관에 들어간 이 용기 있는 노인은 불법 파업을 일삼는 노조를 제압하고 세금을 낮춰 침체해 있던 미국 경제를 다시 일으켰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12월 19일 밤에 웃기를 원한다면 공격적인 전사를 본선에 내보내야 한다. 이력서가 긴 사람이 선거에서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공보비서를 지낸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페기 누넌 씨는 “유권자들은 사람에게 투표하지 이력서에 투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권자가 이력서에 투표했다면 ‘대통령 노무현’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왠지 지루하고 인간적이지 못하거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거나, 자기가 대통령이 돼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후보는 본선 경쟁력이 없다.
시장경제 위해 싸울 사람을
세계의 우파 지도자가 젊어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사르코지 당선자가 52세이고, 2005년 말에 취임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52세, 2006년 말에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45세, 그리고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대표는 40세다. 53세에 대처 총리가 취임할 당시에도 그러했듯이, 얼굴에 굵은 주름살이 많은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당선자는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인다.
이들에 비하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65세와 55세라는 나이에 비해 대단히 젊어 보인다. 젊어 보이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만, 과연 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위해 전사가 될 각오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만일에 그렇지 못하다면 ‘폭풍전야(暴風前夜)’에 처해 있는 한나라당의 양심적 구성원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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