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장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8년 진로 기획조정실 임원(이사대우)이 되면서부터다. 당시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테니스를 즐겨 치던 그는 회사 임원이나 고객들이 골프 얘기를 할 때마다 대화에 끼어들지를 못해 할 수 없이 골프에 입문했다.
○골프 입문 11개월 만에 싱글
한 사장은 사실 골프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테니스처럼 뛰어다니며 땀을 흘려야 ‘운동하는 맛이 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왕 하려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골프를 시작해서 5개월 동안 거의 매일 새벽 집 근처 연습장에서 1시간 넘게 연습을 했다. 새벽에 골프채를 휘두르며 땀을 흘리다 보면 출근길이 상쾌했다. 연습 스타일도 폼에 신경 쓰며 곰곰이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세게 공을 때리는 스타일이었다.
“연습을 시작하고 두 달 만에 지방출장을 갔다가 엉겁결에 첫 라운드를 했는데 플레이가 엉망이었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연습에 더 몰두했습니다.”
한 사장은 결국 골프에 입문한 지 11개월 만에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됐다.
골프 실력이 절정에 다다른 건 1998년 진로 영업본부장(부사장)을 맡으면서부터.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비즈니스 골프를 할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븐파를 기록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지금도 겨울에 골프를 안 해서인지 3, 4월에는 스코어가 좋지 않지만 ‘몸이 풀리는’ 5월에는 70대 중반의 스코어를 유지한다. 2003년 11월 경기 여주군 자유CC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50야드.
○골프도 경영도 무리하면 안 돼
한 사장은 한 가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골프와 경영은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스코어에 욕심을 내 넘어설 수 없는 장애물에 무리하게 도전하지 말아야 하듯 경영도 무리하게 실적을 내려고 하다 보면 탈이 나게 마련이지요.”
그래서인지 그는 “‘처음처럼’의 점유율 목표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냥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알칼리 환원수’로 소주를 만들면 술이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두산은 지난해 2월 ‘처음처럼’을 내놓아 소주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전국적으로 5.3%에 불과했던 ㈜두산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처음처럼’의 인기로 현재 수도권 20∼25%, 전국 12%까지 뛰어올랐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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