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마당발]베인 앤드 컴퍼니 이성용 한국대표

  • 입력 2007년 5월 17일 02시 54분


세계 3대 전략컨설팅 회사인 베인 앤드 컴퍼니(Bain & Company) 이성용(45·사진) 한국대표를 인터뷰한 시간은 15일 오전 7시였다.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아침 식사를 두 번 한다는 이 대표는 이날도 오전 8시에 두 번째 아침 식사가 잡혀 있었다.

12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대학까지 마쳐 국내에 연고가 거의 없는 이 대표는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서 부지런히 사람을 만난 덕분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가 관리하는 인명록에는 1만여 명의 연락처가 있다. 이들은 컨설팅을 하면서 알게 된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이 대부분이다.

이 중 이 대표가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0여 명이다. 이들에게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손으로 쓴 카드를 보냈다.

그는 “친분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고객이어서 신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들 100명을 알고 있으면 대한민국을 다 아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대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하라”

이 대표가 1995년 귀국할 당시 국내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가 혈연과 학연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짧은 기간에 인맥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한 대기업 부사장을 사석에서 만나 그의 장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대표는 “그분은 ‘회사에 들어간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뿐만 아니라 상대가 궁금해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컨설팅한다.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냈거나 유학 보낼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상대가 필요로 하는 걸 내가 해결해 주지 못하면 적어도 그 문제에 정통한 사람을 소개해 준다”며 “비즈니스 외에 그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내가 할 수 있을 때 ‘고객과 컨설턴트’의 관계를 넘어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인터뷰 중에 ‘경제계 마당발’에 소개하고 싶은데 섭외가 잘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중간에서 다리를 놓겠다”고 말했다.

‘마당발’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들은 건 처음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챙겨라”

평범한 직장인들이 인맥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한테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인맥을 넓혀 가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

이 대표는 또 “관계가 오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투자’는 밥을 사고 술을 사는 게 아니라 세심한 관심을 쏟는 것이다.

이 대표가 권한 방법은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가 생일 축하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매일 얼굴 맞대고 일하는 직장 동료지만 먼저 말하지 않으면 대부분 생일을 모르고 그냥 넘어갑니다. 생일날 아침 출근해서 메일 체크를 할 때 생일 축하 메일이 와 있으면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주변 사람의 생일을 파악해서 수첩에 적어 넣는 것부터 인맥 관리를 시작하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이 성 용 한국 대표는

△1984년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졸업

△1987년 미국 남가주대(USC) 정보기술(MIS) 석사

△1991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1995년 AT커니 한국지사장

△2000년 베인 앤드 컴퍼니 파트너로 입사

△2002년 베인 앤드 컴퍼니 한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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