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이라는 송기인 신부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실화해위 말고도 정부 산하에는 ‘동학농민혁명에서 삼청교육대까지’의 근현대사를 파헤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가 14개나 더 있다. 지난해 여기에 들어간 세금만 2168억 원이다. 올해는 더 늘어나 4000억 원에 이른다. 경쟁국들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에 바쁜데 우리만 과거에 매달려 이렇듯 혈세를 펑펑 써 대고 있다. 그 돈으로 벽돌을 쌓았다면 얼마나 높이 올라갔을까.
▷진실화해위는 2005년 말 ‘진실을 밝혀서 화해에 이르게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특별히 밝혀낸 ‘진실’이 없다. 오히려 논란과 갈등만 부추겼다. 유신정권 아래에서 긴급조치 관련 사건들을 재판한 판사들의 실명(實名)을 공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대해선 아직도 찬반양론이 있지만 이면에 숨어 있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다. 진실화해위가 아니라 ‘국민분열위’라는 비아냥거림이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다.
▷과거사위가 난립하다 보니 관련 위원회에 근무하는 직원만도 모두 1000명이 넘는다. 일부 직원은 이 위원회에서 저 위원회로 옮겨 다니며 일하기도 한다. ‘과거사위 직원’이 신종 직업이 돼 버렸다. 한 시민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우리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한 역사’로 보는 노무현식 좌(左)편향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활동이 훗날 또 하나의 ‘진상 규명 대상’ 과거사가 되지 싶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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