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먹만 큰 아이’ 될 수도
진성호 선원들이 사고를 인지하고도 구조 노력 없이 현장을 떠났고,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제법상의 의무를 저버린 명백한 뺑소니 행위이다. 중국은 구조 활동을 위해 현장에 출동한 한국 해경 경비함이 헬기를 탑재했다는 이유로 사고 해역 진입을 막았다. 공해상에서의 인도적 구난 행위를 지연시킨 조치다. 중국 선박과 중국 당국의 행위는 다 같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인도적 조치에 인색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우연의 일치일까?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경험했고, 세계 3위의 무역대국이자 최대의 외환 보유국이 됐다. 미국의 4배가 넘는 인구를 가진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발 빠른 세계화를 통해 국제시장의 새로운 슈퍼파워로 등장했다. 중국은 이제 국제무대에 진출한 데 만족하지 않고, 힘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근래 중국은 중국 전통문화를 전파한다는 명분하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세계 각지에 공자학원(孔子學院)을 설립하는 중이다. 또 1년에 2만 건이 넘는 법률 개정이나 제정을 통해 세계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몰두해 왔다.
문제는 중국의 외형적 성장을 문화적 성숙함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골든로즈호 침몰 사고에서 보듯이 중국 선박의 선원이나 정부의 행동에 공통으로 나타난다. 이번 사고 처리 과정을 보면서 중국의 변화가 어디를 향하는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인류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슈퍼파워는 외형적 변화와 빠른 경제성장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속력이 미흡한 국제법이라고 해도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면 따르고, 인도주의적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대국의 풍도(風度)이다. 또 글로벌 스탠더드의 체화(體化)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국제사회의 주먹 큰 아이에 불과하다.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매우 먼 길을 지나치게 빨리 달려왔다. 그동안 중국의 사회통합 이데올로기는 사회주의로부터 개혁개방의 장밋빛 청사진으로, 그리고 팽창적 국가주의 정서로 끊임없이 대체됐다.
팽창적 국가주의 큰 우려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의 빈부격차, 연안과 내륙 지역의 이중 경제구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경제적 갈등, 부정부패의 창궐, 정치개혁의 부진 등과 같은 내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은 내부적 모순을 강한 국가주의 정서에 기초한 대외정책으로 해소했다.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의 성장통(成長痛)은 배금주의와 인명 경시 풍조, 국가 중심주의와 배타적 국민 정서의 확산으로 나타난다. 골든로즈호 사건 처리 과정에서 중국 사회의 문제가 그대로 노출되었다면 확대 해석일까?
동북아 지역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은 국제법을 존중하고, 인도주의적 문화를 가진 진정한 이웃 중국을 필요로 한다. 중국이 힘에 의존한 이기적 강자로 남는다면 우리는 ‘중국위협론’의 엄청난 무게와 함께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 필자의 생각이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경제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