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노 정권의 무능에 대한 비판을 전체 민주화 세력의 무능으로 치환함으로써 대선을 앞두고 ‘민주 대 독재’의 전선(戰線)을 또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세력 전체를 싸잡아 무능하다 유능하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 자기들의 문제를 민주세력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시키지 말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대선을 ‘5·16세력 대 5·18정신’의 대결 구도로 치러 보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정권의 무능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낮은 지지율은 차치하더라도 국가 정체성의 혼란, 3년간이나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돈 성장률, 극심한 민생고가 이를 증명한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실패를 희석하기 위해서인 듯 김대중(DJ) 정권까지 포함해 ‘민주화 정권 10년의 업적’ 운운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그가 업적으로 예시한 ‘균형복지사회 건설’과 ‘평화주의 정착’만 해도 과연 그런 성과가 있었는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있었다고 해도 민주화 이전 정권들이 이룩한 급속한 근대화와 성장 없이는 불가능했다. 경제성장이 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평화의 중요한 조건임은 전후(戰後) 여러 신생국이 이미 보여 줬다.
노 대통령이 “군사정권이 남의 기회를 박탈했다”고 한 발언도 객관적인 역사인식이라고 하기 어렵다. 건국 이래 산업화를 효율적으로 주도할 만한 민간세력이 충분히 성장해 있었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초기 발전단계에서, 더욱이 분단국으로서 불가피하게 ‘민주’보다 ‘효율’이라는 가치를 우선해야 했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노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이른바 민주화세력이 이뤘다는 성취도 ‘남의 기회를 빼앗아’ 이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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