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선호하는 얼굴형은 무엇입니까.’
서울 강남구 신사동 박상훈성형외과(www.ulgul.co.kr)가 여성 124명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V라인 얼굴형이라고 답한 사람이 66명(53%)으로 가장 많았다. V라인 얼굴이란 턱이 작고 턱 끝이 좁아 정면에서 봤을 때 V형이 되는 갸름하고 부드러운 턱선을 말한다. V라인 얼굴형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진 데는 광동제약의 기능성 음료인 ‘옥수수 수염차’의 광고가 한몫 했다. 이 음료를 마시면 얼굴의 부기가 빠지면서 V라인 얼굴형이 된다는 광고 문구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
하지만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과 상관없이 신세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얼굴은 동안(童顔)과 소안(小顔)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동안으로 가꾸고 싶다면 주름살과 잡티를 제거하면 된다. 소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광대뼈를 깎아 ‘작아 보이는 효과’를 내면 된다. 턱 성형도 마찬가지다. 사각턱을 ‘V라인’으로 만들면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안면 윤곽 수술은 최근의 소안 열풍을 타고 얼굴 전체에 입체감을 주는 수술 기법인 셈이다.》
○ 안면 윤곽 성형이란
턱 수술 역시 성형외과의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시작됐다. 동양인에게 흔한 광대뼈나 각진 턱뼈를 깎아 달걀형의 갸름한 얼굴을 만드는 얼굴 윤곽 성형은 1950년대 초 스위스의 전문가가 처음으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된다.
국내 성형외과는 1970년대에 코뼈를 줄이는 정도의 수술만 가능했다. 1980년대에는 얼굴 좌우가 현저하게 비대칭이거나 기형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사각턱이나 광대뼈 수술이 간헐적으로 시행됐다.
최근 유행하는 안면 윤곽 수술은 간단히 말해 뼈와 근육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얼굴의 뼈를 자르거나 긁어내고, 없는 턱을 만들기 위해 인공뼈나 실리콘을 넣고 모양을 변화시킨다.
물론 과도한 지방으로 본래의 얼굴선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는 안면 윤곽 수술을 받아도 변화를 느낄 수 없다. 우선 얼굴 살이 빠져야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안면 윤곽 수술 기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안면 윤곽 성형을 원하는 여성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국내 의료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다.
○ 수술법의 진화
안면 윤곽 수술은 더 빨리, 더 안전하게, 더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 주걱턱 수술은 교정 치료와 수술, 후속 교정 치료 기간까지 합해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위험도도 높았다. 하지만 최근 주걱턱 치료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한 치료법이 개발됐다. 얼굴 성형계의 ‘혁명’으로 불리는 ‘선(先)수술 후(後)교정’ 법이다.
과거의 방식과 순서를 바꿔 먼저 수술을 통해 얼굴의 큰 틀을 맞춘 다음 치아 교정을 하는 이 방식은 서로 맞물리려는 치아의 자연적인 성질을 이용했다. 시간 단축은 물론 좀 더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귀밑 턱의 각진 부분만 잘라내는 사각턱 수술은 정면에서 봤을 때 얼굴형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환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병행된 것이 ‘피질 절골법’이다. 턱의 옆면에 해당하는 뼈를 얇게 깎아낸 뒤 이 부분의 근육인 ‘교근’의 두께를 줄여 정면에서 봤을 때도 얼굴선이 갸름해 보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 V라인 시대의 개막
그러나 피질 절골법 역시 주로 얼굴의 옆면 부위를 잘라내는 방식이어서 턱 끝을 수술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턱 끝 수술은 치조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에 잘못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어려운 수술이다. 이에 성형외과 의사들은 앞모습을 바꾸기 위해 턱뼈의 앞쪽을 깎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치조신경을 피해 뺨 아래쪽의 턱뼈 3개 층 중 1층을 깎는 수술이 가능해졌다. 턱끝이 넓은 U자형의 얼굴을 갸름한 V라인 얼굴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수술법을 학계에 발표한 박상훈 원장은 “얼굴 정면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턱 끝의 모양 조절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이 방법을 통해 V라인이든 W라인이든 어떤 수술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V라인처럼 무조건 유행을 좇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V라인이 유행한다고 무작정 수술을 결심하기보다는 본인의 얼굴형과 균형을 이루는 자신만의 라인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갸름한성형외과(www.gyalum.com) 정지혁 원장은 “주걱턱이어서 네모나게 보이는 사람들이 사각턱 수술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배가 아프면 내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듯 얼굴형은 본인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술의 위험 부담은 없을까.
“과거에는 안면 윤곽 수술 이후 치아의 모양을 맞추기 위해 수술 뒤 입을 묶어놓아 기도 질식사 의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수술기법의 발달로 기도를 막지 않는 것은 물론 주요 신경에 손상이 가지 않게 수술할 수 있어 위험성은 많이 줄었습니다.” 박상훈 원장의 설명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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