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는 현 정부 들어 시행된 2년 임기제의 첫 경찰청장이었다. 평생 경찰에 몸담고 최고의 영예인 총수 자리까지 올랐으면 퇴임 후 직장을 고르더라도 경찰 조직과 후배들의 명예를 고려했어야 옳다. 불과 2년 전에 퇴직한 경찰 총수 출신이 재벌그룹의 고문으로 취직한 것부터 관련 업무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 윤리법의 정신에 어긋난다.
김 회장 사건이 터지자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고 식사를 함께 하며 사건 무마를 시도한 것은 타락한 저질 로비스트와 다를 바 없다. 강대원 전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의 “한화가 평생 먹여살려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주장은 한화 측이 곳곳에 금품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농후함을 보여 준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경찰 간부 중에는 최 씨가 경찰청장 직에 있을 때 직접 데리고 일한 사람도 있어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가 난처했을 것이다. 인간적인 약점을 이용해 후배들을 범죄적 로비에 끌어들여 앞길을 망쳐 놓은 최 씨가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합법적이긴 하지만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인사들이 법률회사에 취직하는 모습도 아름답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최고재판관으로 73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전관(前官) 윤리를 보여 준 사례는 적지 않다. 조무제 전 대법관은 34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나면서 변호사 개업 대신에 모교인 동아대 교수를 택했다.
퇴임 후에도 전직과 전관예우를 이용한 돈벌이에 나서지 않고 ‘국가조직의 명예’를 지키며 사회에 봉사하는 전관들을 보고 싶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