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 간부들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다. 경찰은 금력(金力)과 상부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치부(恥部)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신뢰를 잃은 경찰이 자체 수사로 의혹을 풀어 내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 청장도 김 회장 봐주기 수사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나면 마땅히 사퇴해야 할 것이다. 경찰 총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다니는 것은 15만 경찰 구성원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이 청장은 “경찰이 일치단결해야 할 때”라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고 청와대도 “사표 받을 일이 아니다”며 힘을 실어 줬다. 이 청장은 봐주기 수사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휘책임은 피할 수 없다. 상처투성이의 이 청장이 과연 국민과 조직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스스로 경찰 제복을 부끄럽게 만든 사안에 대해 깊이 자성해야 한다. 현 정권에서 경찰은 친북좌파 세력이 반미 폭력시위를 하며 활개를 쳐도 정권의 코드를 의식해 방관함으로써 공권력의 위기를 자초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2005년 말 농민시위대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책임질 일이 아닌데도 정권의 압력으로 법이 정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지금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경찰관들은 그때 부당하게 물러나는 경찰 총수를 위해 얼마나 목소리를 높였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치부를 철저히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는 경찰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를 다시 쌓기 어렵다. 국민 앞에 제복이 수치스럽지 않은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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