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는 선거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더욱이 대선을 6개월 남짓 앞둔 예민한 시점에서 대통령 발언은 각 주자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박근혜 씨를 두고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외 신문에 나면 곤란하다”며 명예훼손에 가까운 폭언을 했고, 이명박 씨를 향해서는 “(경부) 대운하를 민자(民資)로 한다는데 제 정신 가진 사람이 투자하겠느냐”며 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깎아내렸다. 손학규 씨를 ‘범여권 후보’로 부르는 것에 대해선 “정부에 대한 모독”이라고 극언했다. 한나라당을 ‘무책임한 정당’이라며 한나라당 집권은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 4년간 진짜로 무책임했던 정치 주체가 도대체 누구인지는 대다수 국민이 안다.
노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고를 받은 바 있다. 2003년 12월 ‘노사모’ 모임에서 시민혁명 운운하며 2004년 총선에서의 열린우리당 지지를 촉구한 발언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5월 탄핵기각 결정문에서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 ‘헌법 수호의 확고한 태도’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헌법과 헌재 결정마저 우롱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대통령의 심각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제 강연회는 노사모 회원들에게는 유쾌한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건전한 양식을 지닌 국민에게는 한심한 개그를 보는 듯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연설 스타일이나 언어 선택, 품위와 표정은 너무나 실망스러웠고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쪽에 대한 예의나 배려는 털끝만큼도 찾기 어려웠다. 대통령직이 ‘며칠씩 밤 12시를 넘겨서까지’ 이런 연설 원고를 쓸 만큼 한가한 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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