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우열]가좌역 사고 ‘붕괴된 책임의식’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휴일이던 현충일, 서울 마포경찰서 기자실은 밀려드는 팩스와 ‘방문객’들로 장터처럼 혼잡했다.

대형 참사를 빚을 뻔한 서울 서대문구 가좌역 선로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경찰의 브리핑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공사와 감리단 사람들이 방문해 해명자료를 돌렸다. 그 사이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과 철도시설공단의 해명전화도 쉴 새 없이 걸려 왔다.

사고 사흘째인 6일 일부 열차가 가좌역을 다시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정말 큰 사고가 날 뻔했다”는 아찔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자칫하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갈 뻔한 사고가 빚어졌는데도 공사 관계자들은 해명에만 급급하고 누구 하나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시공사와 감리단은 사고 발생 전인 지난달 21일 코레일 직원이 지반이 붕괴돼 생긴 구멍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난 후 안전진단을 벌였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자파 탐사’가 필요하지만 고압선이 있는 철로에서는 시행효과가 없어 탐사봉을 사용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탐사봉을 찔러 봤지만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낸 이들은 그 후 가좌역 일대 156군데 지점을 보강공사가 필요한 곳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사고 이틀 전 보강공사를 시작했지만 문제가 없다던 지반은 예고했다는 듯 폭삭 무너져 내렸다.

안전계측장비의 수치가 안전 범위에 있어 공사를 계속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공사 관계자들은 “지중 경사계, 지중 침하계 등 각종 계측기 42개를 설치해 놓고 공사를 했다”면서 “계측 수치가 조금이라도 허용치를 벗어나면 공사를 중단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계측기의 경보는 전혀 없었고 지반은 ‘허용 범위 수치’ 안에서 무너져 내렸다. 앞으로도 이런 ‘무용지물’ 계측기를 근거로 삼아 곧 지반이 무너질 상황인데도 공사를 강행할 것인가.

혹시라도 시공사, 감리단, 코레일과 시설공단이 “인명 피해가 없었으니 이번에는 데이터와 수치로 적당히 설명하고 넘어 가자”고 생각한다면 그 안전의식의 붕괴는 무엇으로 ‘보강’할 수 있을까.

해명이 되풀이될수록 제2, 제3의 가좌역이 여기저기 널린 것만 같아 오히려 두려움이 커진다.

최우열 사회부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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