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상혁]저작권법 개정, 소비자 설득이 먼저다

  • 입력 2007년 6월 12일 02시 59분


‘오감(五感) 마케팅’이란다. 소비자의 시각, 청각, 후각 등 이른바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것. 상품 매출 증대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기법이다. 이러한 마케팅 기법이 요즈음 들어 다시 각광받는 것은 한국의 산업이 ‘감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콘텐츠 중심의 구조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직 마케팅을 내세운 ‘매장음악 서비스’도 그 대표적인 예다. 경쾌한 음악이 소비심리를 촉진해 매출을 늘린다는 것이다. 차분한 음악이 사람의 긴장을 풀게 해 한곳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심리적 요인이 된다는 정도는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경제상식이 됐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통신업체들은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해 ‘매장음악 서비스’를 선보이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날로 성장해 가는 콘텐츠 산업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저작권법의 해석을 놓고 관련업체, 저작권자, 수요자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음원서비스 업체는 현재 전국 개별 매장에서 내려받아 틀고 있는 음악이 모두 불법 사용되고 있으므로 합법적인 매장음악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자도 저작자와 저작인접권자 등으로 나뉘어 권리 다툼이 첨예하다. 도대체 음악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은 어디까지 가능하며 허락은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지 수요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저작권법의 기본개념은 간단하다. 저작권은 ‘육체노동에 의한 결과물에 소유권을 인정한다면 정신노동을 통한 결과물에도 어떤 권리를 인정함이 마땅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저작권법이 기초로 삼는 자연적 정의다.

타인의 음악을 자신의 마케팅에 이용해 매출이 늘고 이익을 얻었다면 마땅히 그 이익의 일부를 음악 창작자에게 떼어주는 것도 ‘자연적 정의’다. 이에 대해 현행 저작권법은 호텔, 백화점과 같은 대형 매장이나 유흥주점 등 음악을 이용한 마케팅 효과가 분명한 곳에서만 저작권료를 걷고 있다. 권리자들은 외국 사례와 콘텐츠산업 보호를 이유로 전면적 확대 적용을 주장한다.

이 와중에 찬반 논란을 일으켰던 저작권법 전면개정안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창작물의 저작자와 저작인접권자, 판매자, 소비자가 모두 이 법의 시행이 가져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조항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추측은 저작권법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을 부추기고 있다.

‘혼돈은 무지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현재 저작권법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저작권법에 대한 국민의 몰이해다. 법률은 만드는 사람과 전달하는 사람, 그리고 이를 향유하는 사람이 나눠진다. 그동안 저작권법의 개정 과정에서 법률 생산자들은 법률 소비자들의 이해와 공감대를 얻는 것에 실패한 셈이다. 정부와 법학자 그리고 실무 책임자들이 모두 나서서 법률 소비자인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시키고 안심시켜야 한다. 저작권법에 대한 범정부적인 ‘오감 마케팅’이 필요한 때다.

임상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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