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광고 악용한 ‘언론탄압 사령부’ 국정

  • 입력 2007년 6월 12일 21시 59분


국정홍보처가 ‘사전 협의’라는 명목으로 정책홍보종합시스템(E-PR)을 통해 정부 광고 및 정책 발표의 내용과 문구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보처는 광고문안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음양으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매체에 대해서는 광고를 주지 못하도록 배후 조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8월부터 E-PR가 본격 시행되고 올 1월 사전협의 대상이 각 부처청(部處廳)과 정부위원회는 물론이고 산하 106개 단체까지로 확대되면서 모든 정부 광고와 정책 발표가 어떤 내용으로 어떤 매체에 실리는지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 국정브리핑에 따르면 동아일보에 게재된 정부 광고는 2004년 641건에서 2005년 627건, 2006년 536건으로 줄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도 비슷한 추세다. 반면 발행부수가 현저하게 적은 한겨레신문에는 같은 기간에 1117건, 1146건, 1074건의 정부 광고가 실렸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편파적으로 사용해 언론을 길들이려 했음을 알고도 남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에서 “군사독재 잔재들이 역사를 되돌리려 한다”며 야당과 비판언론을 싸잡아 비난했지만 현 정부야말로 군사독재 뺨치는 언론 통제로 역사를 되돌리려 한다. 국제언론인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2월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대중을 선동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민주독재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홍보처는 최근 외국의 기자실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물론 거기에도 세금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본보가 조사결과에 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하자 홍보처는 ‘대외비’일뿐 아니라 외교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며 거부했다. 선진 민주국가의 기자실은 기자와 공무원을 비롯한 취재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개된 장소다. 홍보처가 그 운영실태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지 않는다면 외교 문제가 생길 리 없다. 곧이들을 수 없는 핑계를 들이대며 정보 공개 의무까지 거부한 것이다. 국민을 속이는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채워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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