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공직자의 거짓말은 선진국일수록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심판을 받는다. 미국에는 거짓말 때문에 탄핵위기로 몰리거나 곤욕을 치른 역대 대통령이 많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당하기 직전에 스스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현직인 조지 W 부시는 이라크전쟁의 명분으로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내세웠으나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빌 클린턴은 백악관 인턴과의 섹스 스캔들, 존 F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위기 때 일시적 거짓말로 도마에 올랐다.
▷최근 ‘리크 게이트’ 판결은 공직자의 거짓말이 중대한 범죄임을 일깨운다. 이 사건 피고인은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누설한 딕 체니 부통령의 전 비서실장 스쿠터 리비. 그는 위증혐의로 징역 30개월을 선고받았다. 월튼 판사는 “고위직일수록 제대로 된 언행이 필요하다. 이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고 판시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한 공을 고려해 달라고 변호인단은 호소했지만, 판사는 오히려 공직이 저지른 거짓을 무겁게 처벌했다.
▷‘김승연 보복폭행사건’에 대한 이택순 경찰청장의 거짓말 시리즈가 들통 나고 있다. 당초 한화 측과 접촉한 적이 없다더니 고교 동창인 한화 고위층과 접촉한 사실이 양파처럼 한 겹씩 벗겨지고 있다.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음이 드러나고, 함께 골프를 한 의혹까지 제기됐다. 부하들을 무더기로 검찰에 수사 의뢰해 경찰 내부 갈등까지 부른 경찰 총수인지라 세간의 관심이 높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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