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태중]내신갈등, 통제만 한다고 풀리나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1분


2008학년도 대학입학 전형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그 전형의 준거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줄곧 ‘내신 성적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렇지만 대학들은 내신 성적에 큰 비중을 두길 꺼리고 있다. 내신 성적이 전국 수준의 객관성을 보여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그런 대학들에 내신 중시의 제도 취지를 수용하도록 ‘돈줄’을 흔들며 압박하고 있다. 교육부와 대학이 이런 실랑이를 벌일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 수험생이다. 전형의 불안감도 버거운데 제도의 불확실성까지 겹쳐, 수많은 학생이 방향도 모른 채 어둡고 두려운 길을 걷고 있다.

일방통행식 ‘내신강화’ 압박

올해 적용하게 되는 전형 제도는 3년 전에 결정된 것이다. 지금 혼선을 빚는 문제도 입안 당시 예상했던 것이고 그 후 계속 논란이 있었다. 내신을 중시하고 내신과 수능 성적을 등급으로만 활용하도록 한 방안이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이라는 우려가 누차 제기됐다. 그러나 정책 당국은 이에 대해 충실하게 대비하지 않았다. 전형 제도의 취지가 대학별 전형에서 관철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바빴다. 대학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우수 학생을 가려내는 데만 관심을 두지 말고 느슨하게 선발해서라도 교육을 잘 하라’고 대학을 질타하기에 바빠, 대학이 왜 당국의 요구를 흔쾌하게 수용하지 않는지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았다. 3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이 다 갔지만 예상했던 문제마저 해결하지 못한 채 대입 제도는 시행될 참이다. 대입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간주한다는 나라에서 그 제도에 대한 정책 작업이 이같이 지지부진한 것은 아이러니다.

정책이 지지부진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는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 과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학년도 대입 전형 방안에 대해 대학이 회의적이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점을 포용적 견지에서 풀어 오지 않았다. 대학들이 정부 방침을 벗어나려 할 때마다, 그 진정한 연유에 대해 살피고 더불어 대안을 찾기보다는 ‘협의와 압력’을 통해 제어하는 쪽을 택했다. 대학들이 다양한 논술고사를 꾀할 때는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으로 막았고, 내신 성적 활용을 주저하는 대학들에 대해선 재정 지원 프로그램으로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의 저항을 누를 수 있는 것으로 볼 뿐, 그 저항에 바람직한 대안의 씨앗이 들어 있을지 모른다고 여기지는 않는 듯하다. 정부가 이렇게 대학에 공감하지 못하는 데는 그동안 적지 않은 잘못을 범해 온 대학의 탓도 물론 클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계속 통제만 해서는 대입 제도의 난맥을 바로잡을 수 없다.

대학의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대학을 그대로 두둔하지도 못하겠지만, 정부가 마땅한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 시험 경쟁이 치열해지면 과연 교육이 정상화되는 걸까? 성적의 소수점 이하까지 변별하며 학생을 선발하기보다 비슷한 학생 가운데 다양한 기준으로 선발하라지만 낮은 점수의 학생이 붙고, 높은 점수의 학생이 떨어지는 사태를 용납하지 못하는 정서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대학이 다양한 전형을 시도하려고 해도, 시험 준비에 ‘다걸기(올인)’해야 하는 교육 현실이 학생들의 다양한 성장을 막고 있다면 어쩔 것인가?

정부는 논리적 당위성만 고집하며 제도를 밀어붙이기만 할 때가 아니다. 정책에 대한 저항이 사회에 있다면 거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정부는 그 이유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방침에 어긋난다고 모두 힘으로 다스리려고 들 때 정책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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