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고급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산업 분야에서 고급화는 ‘컨버전스(convergence)’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가지 제품에 여러 가지 기능이 들어간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로 불릴 수 있는 제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필요 없는 기능은 빼고 꼭 필요한 기능만 집어넣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무선인터넷 기능이 없는 3세대 휴대전화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렸고, MP3플레이어도 부가기능을 빼고 ‘음악 재생’ 기능만을 강조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30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의 손수제작물(UCC)용 디지털 캠코더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디버전스(divergence)라고 부릅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디버전스는 기능의 단일화 또는 단순화를 나타냅니다.
디버전스 현상이 등장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복잡한 기술에 대해 ‘피로 현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기저기서 “나는 쓰고 싶은 기능만 쓰겠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높은 제품 가격에 대한 저항도 한 이유입니다. 이런저런 기능을 다 집어넣은 컨버전스 제품은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유명 기업들이 인도나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파는 ‘싸고 거품이 없는 물건’을 보고 “우리에게도 저런 물건을 팔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소비자의 필요와 기대 수준을 넘어선 제품, 즉 오버슈팅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을 공급하다 보니 결국 무리수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한림대 경영학과의 조은성 교수는 디버전스 트렌드에 대해 “거품이 끼어 있던 우리나라의 소비 문화가 이성적 형태로 변해 가는 신호”라고 말합니다.
조 교수의 말에 100% 동감합니다. 그동안 컨버전스 때문에 이런저런 낭비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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