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고속열차는 이제 실용화라는 험난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개를 넘지 못하면 그간의 비용과 땀은 물거품이 된다. 고속의 교통수단으로 실용화되지 않으면 한국형 고속열차시스템 개발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쓰이지 않는 기술은 죽은 기술이나 마찬가지다.
한빛350은 2009년부터 호남선에서 6편, 2010년부터는 전라선에서 4편이 ‘KTX2’라는 이름으로 운행한다. 차량만이 실용화됐을 뿐 기존철로 구간에서는 시속 150km 이하로 달릴 수밖에 없어 아쉽다. 차량뿐만 아니라 신호 전기 궤도장치까지 우리의 독특한 연구개발 성과가 담겨 있지만 모든 기술을 통합한 시스템으로서 활용하지 못하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속 350km로 달릴 새로운 철길이 필요하다. 철길이 있어야 고속열차가 그 위로 달릴 수 있지 않은가? 한빛350이 해외로 진출하기를 바란다면 더욱 그러하다. 한국이 프랑스의 테제베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영한 경험을 반추해 본다면 한빛350의 국내 실용화와 해외 진출은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형 고속열차의 실용화를 위해 기술 개발과 관련된 모든 기관이 직접 나서야 한다. 새로운 철길을 만드는 데는 10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한빛350은 여러 분야가 연계해서 만든 기술의 집합체이므로 어느 한 업체가 단독으로 실용화를 구상할 수 없다.
‘한국형 고속열차 기술진흥회’라는 기구가 5일 출범했다. 고속열차 개발에 참여한 산학연 대표가 모두 참가했다. 기술 진흥과 함께 실용화의 불씨를 만들기 위해서다.
기술진흥회는 고속 철길의 당위성을 파악하고 건설의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을 만들어서 정부 투자기관 민간투자자 대형건설업체에 기초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때로는 사업체 구성에 직접 참여해서 공동책임을 지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베트남과 브라질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사업체 구성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을 파듯 기술진흥회의 활동에 크게 기대를 걸어 본다.
채남희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교통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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