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현장에서/주식 직접투자 ‘대박은 없다’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도대체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르겠네.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조정이 오긴 온다니?”

며칠 전 밤 늦게 형에게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평범한 직장인인 그는 고민을 털어놨다.

“내가 말이야. 한 10개 종목 갖고 있는데, 올해 주가가 올라 제법 ‘먹었거든’. 어떤 종목은 지금 며칠째 상한가 치는 것도 있어.”

여기까지는 목소리가 밝았다.

“그런데 주가가 너무 오르니까 겁이 난다. 지금 싹 팔아서 차익실현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님 조금 더 갖고 있어 볼까?”

기자는 전화를 붙잡고 극히 원론적인 수준의 조언을 해줬다. 요지는 대충 이렇다. ‘주가는 신(神)도 모른다. 갑자기 폭락하면 그때는 주식을 팔고 싶어도 못 판다. 욕심이 과하면 화(禍)를 부른다.’

기자는 증권담당이지만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

주위에선 “주식투자도 안 하면서 어떻게 증권을 담당하느냐”고 한다. 하지만 정치담당 기자가 직접 정치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증권기자도 주식투자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증권담당 기자는 도덕적인 문제에 부닥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아예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직접 주식을 하진 않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심정이 어떤 지는 너무나 잘 안다. ‘개미’들은 물론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증권사 영업직원들을 만나면서 생생한 실패담을 수도 없이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1년 남짓 증권기자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개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직접투자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예외는 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기업을 연구하고 노력하는 개미들, 재무상태가 건전하고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 몇 년씩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하는 개미들은 돈을 딸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엔 없다. 혹시 몇 개월의 투자로 운 좋게 돈을 잠깐 벌 수는 있겠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깡통’을 차는 것이, 이젠 일상화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다. 99번 이겨 번 돈을 ‘몰빵(집중투자)’해 한 번의 실패로 ‘전부’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올해 주가 급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열에 아홉은 손해를 볼 텐데 정말 걱정스럽다.

김상수 경제부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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