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반상의 파이터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초장부터 전운이 감돌았던 우하변이 간명하게 매듭지어졌다. 그러나 이는 관객들의 생각일 뿐이다. 두 사람은 곧 벌어질 본격적인 싸움에 대비해 호흡을 골랐을 뿐 대국이 끝나는 순간까지 처절한 난타전을 펼쳐 관객들을 진저리치게 만들었다. 힘자랑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싸움꾼들이 서로 만났으니 여북할까. 게다가 나이도 한창인 열여덟(김지석), 열아홉(한상훈)이다. ‘반상의 파이터’ 하면 최철한 이세돌 9단을 떠올릴 테지만 김지석 4단이 이들보다 더하다. 생김새는 얌전한 모범생 같은데, 바둑은 끊을 수 있는 곳은 일단 끊고 본다. 한상훈 초단도 몸싸움에선 밀릴 마음이 추호도 없다.

흑 37로 하변을 보강한 것은 당연하다. 그럼 상변 38의 자리는 백의 차지. 이때 흑 39로 젖힌 수가 의외였다. 이렇게 서두를 곳이 아니다. 무슨 꿍꿍이일까. 우선 흑 ○가 ‘가’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을 수 있다. 이처럼 바짝 다가서면 백 ‘나’의 침입이 신경 쓰인다. 그렇다고 우상귀를 노골적으로 지키자니 내키지 않는다. 흑 39의 보디체크는 백 ‘나’의 침입을 우회적으로 막아주는 구실도 하고 있다. 하지만 백은 38, 40의 요처 두 곳을 차지해 나쁠 리 없다는 게 김승준 9단의 진단이다.

흑 39의 의도는 41, 43에서 바로 드러났다. 싸우는 수! 이게 김 4단의 스타일이다. 어떻게든 일전불사하겠다는 선전포고이고 흑 57로 우지끈 끊었다. 백도 질세라 맞불을 놓는다. 흑 63의 포위망에도 아랑곳 않고 백 64, 66으로 맞끊었다. (55…44의 곳 이음)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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