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2012년까지 방송을 디지털체제로 전환하려면 1조 원에 이르는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KBS의 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우니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주장한다. 정작 주머니를 털어야 할 시청자는 이번 기회에 KBS를 계속 지금처럼 먹여살려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다.
먼저 방송이 추구해야 할 공익이란 개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방송해야 한다는 점을 최소한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은 언제나 공익적일까. 민영방송이 공익적인 방송을 할 수는 없을까.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사실을 전가의 보도로 삼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공익방송과 공영방송은 별개 개념이다.
공익방송이 목적이라면 공영방송은 수단이므로 공영방송이 그 자체로 언제나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민간의 창의와 자율보다 공적 책무를 중요시하는 공영방송이 민영방송보다 바람직하다는 논리에 따른다면 공영보다 관영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관영방송인 국정홍보처의 KTV나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에 대해 보편적이고 공정하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의 공영방송인 KBS는 얼마나 공익적일까.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소리방송’ 및 북한과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교육방송’ ‘국제방송’ 등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방송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정성 측면에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 대다수가 시청하는 주력 프로그램 중에서 공정성을 잃은 내용이 많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KBS가 27년 동안 수신료를 한 푼도 올릴 수 없었던 것은 뒤집어 보면 시민의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이나 헌법소원 같은 저항 앞에서 스스로도 방송의 공정성에 자신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라고 주어진 수신료는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정권 눈치 보느라고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광고 받느라고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 KBS의 현주소다. 게다가 KBS의 경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작성한 2005년도 방송사 경영효율성 평가에서 KBS의 경영효율성 점수가 방송 3사 중 제일 낮아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이 필요함을 보여 준다.
KBS가 지금처럼 공정성에 의심을 받고 방만한 경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수신료 1500원을 올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민영방송사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공공성이 인정될 경우 공적인 지원을 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고비용 저효율에다 정치적 편향성마저 보이는 공영 방송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김혜준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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