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준]‘한국의 미래’ 대못질하는 포퓰리즘

  •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한국 사회는 1987년 이후 10년의 주기를 갖고 전환점을 계속 맞이했다. 1987년이 사회 민주화의 본격적 시발점이었다면 1997년은 경제 위기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구조개혁이 시작된 해다.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예상되는 2007년에서 한국 사회의 선택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정치 경제 사회의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한국미래학회가 20일 특별 심포지엄에서 제시한 해답은 능력 있는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차이 분열 갈등을 넘어선 사회통합이다.

‘참여’ 강조 국정운영 능력 저하

민주주의부터 살펴보자. 1987년 위로부터 엘리트의 타협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시민의 힘에 의해 시작된 민주주의는 거리의 민주주의로 성장했다. 성년의 나이에 접어든 한국의 민주주의를 대표적 성공 사례로 보는 외부의 시각이 있지만 내부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무능한 민주화 세력이 나라와 경제를 망친다는 최근 주장을 되풀이하려는 것이 아니다. 참여와 통치능력이라는 민주주의 두 기둥 사이의 균형이 급격히 참여 쪽으로 기운 결과 국정운영 역량이 형편없이 약해졌다는 데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이 돼야 할 정당정치가 사라진 자리를 포퓰리즘적 동원에 기반한 제왕적 대통령이 참여라는 미명으로 차지했다. 결과는 분열의 극복이 아닌 증폭이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악화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로부터 벗어날 길은 정당정치 강화와 국정운영 능력 회복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성장-분배 이분법서도 벗어나야

한국 경제는 1997년을 전환점으로 해서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다. 기업의 경영환경과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은 물론 경제적 불평등이 높아졌다. 외부로부터 강제된 구조개혁을 거치면서 경쟁력과 성장을 중시하는 측과 분배와 사회적 연대를 중시하는 측 사이의 대립 또한 깊어졌다.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대립은 지나친 단순화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 장애가 된다. 성장이 분배 문제를 자동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성장 없이 분배를 개선하는 것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에 매몰되면 지속가능성이라는, 1997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한국 경제의 중요 과제를 보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제 주체가 단기적 이해의 실현에만 급급한 상황에서 인구 재정 연금 환경 등의 문제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는 파국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더 큰 지향점을 향하면서 성장과 분배를 적절히 조화시킬 때 한국 경제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사회적 통합이 중요한 과제가 아니었던 때는 별로 없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통합의 과제는 폭이나 쟁점의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중요하다. 급속한 세계화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에 따른 차별의 심화, 불평등과 불안정이 가져온 계층 간 격차, 더는 안식처가 되지 않는 가정과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의 위기, 이념의 과잉과 부재 사이에서 방황하며 시민 속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시민사회 등 분열과 대립, 차이와 갈등을 낳는 원인은 다양하다.

점점 높아지는 통합과 공존의 필요에 비해 현실적으로 통합과 공존을 이룰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역량은 턱없이 낮다. 대립과 갈등이 있는 곳에 타협과 합의를, 분열과 차이가 있는 곳에 관용과 포용을 가져오려면 진정한 다원주의가 필요하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다원주의가 뿌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제 한국 사회에 적용할 다원주의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합된 형태여야 한다.

한준 연세대 교수·사회학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