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0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운명도 갈린다. 전체 경선 비중의 20%를 차지하는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승부를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처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정치판이 요동치는 나라도 없다. 2002년 대선 때는 집권 여당 후보와 제3지대의 후보가 여론조사로 후보 단일화를 이뤄 내는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각 대선주자 진영은 조사기관들이 수시로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울고 웃는다. 여론조사 결과의 등락에 따라 정치 상황까지 요동치는 일도 적지 않다.
부동층 유권자의 선택은 여론조사 결과에 좌우되는 경향도 있다. 우세해 보이는 사람을 따라가는 ‘밴드왜건(bandwagon·대열의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 효과’ 때문이다.
고건 전 국무총리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한 데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게 분명하다. 고 전 총리는 10%대로 떨어진 지지율이, 정 전 총장은 5% 미만의 지지율이 발목을 잡았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가 들쭉날쭉이라는 점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조사인데도 대선후보 1, 2위 지지율이 5∼6%포인트 차이가 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과정에서 특정 여론조사 기관이 특정 후보 측과 유착돼 있다느니 하는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급기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월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16개 여론조사 기관을 상대로 여론조사 질문지와 조사설계서 등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에 나섰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런 문제는 8월로 예정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도 직결된다. 한나라당은 전체 경선의 20%는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기로 했는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경우 여론조사 문항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는 것.
양 진영은 여론조사 기관을 어떻게 선정할지, 몇 개로 할지, 질문 방식을 ‘선호도’로 할지 ‘지지도’로 할지, 질문을 1차로 끝낼지 2, 3차까지 갈지, 조사기관별로 결과에 큰 차이가 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세부 규칙을 마련해야 하는데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곡절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경선은 당내 문제이지만 여론조사가 국가 대사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전문가들은 조사기관의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미국에선 사설 여론조사 기관의 경우 자신들이 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를 비교해 발표한다. 또 사설 기관 외에 미시간주립대학이 대선 등 각종 선거나 주요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여론의 향배를 공표한다”며 “우리나라는 여론조사 방식이 좀 더 선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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