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는 지금처럼 급여의 9%를 내고, 돌려받는 연금액은 현행 평균소득의 60%에서 40%로 낮추기로 했지만 ‘노후 보장’이라는 연금 취지와 거리가 멀고,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2047년에서 13년 정도 뒤로 미룰 뿐이다. 가입자의 3분의 2 이상이 최저생계비(올해 기준 월 43만 원) 이하의 연금을 받게 됐으니 ‘용돈 연금’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런 어정쩡한 타협안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현재 보험료를 부담하는 세대와 노인층 표를 의식한 정치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결과다. 쥐꼬리 연금을 받게 될 후세대와, 이번에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의 재원 마련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납세자들의 고통은 뒷전이다.
국민연금기금 부실 운용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200조 원이나 되는 국민연금기금은 공무원, 사학, 군인 등 4대 연금 중 수익률이 꼴찌다. 2004∼2006년 연평균 수익률 6.36%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러스)의 수익률 실적 13.4%의 반 토막도 안 된다. 기금 자산의 84%를 수익률이 아주 낮은 채권에 넣어 두는 보수적 운용 때문이다. 국민의 노후 생활이 걸린 연금기금을 너무 위험하게 운용해도 안 되지만 지금 같은 저수익 일변도 투자에도 문제가 있다.
기금의 탄력적 운용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불필요한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 보건복지부 기획예산처 감사원 국회 등이 비전문적으로 삼중사중 통제하고 감시하는 상황에서는 효율적인 기금 운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캐나다 스웨덴 미국처럼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하고 주식투자, 해외투자, 대체투자의 비중을 늘리는 등 기금 운용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연금기금 운용기구를 성과에 대해 책임지는 ‘돈 버는 독립기구’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연금기금의 현 운용주체는 민간 자산운용시장의 눈으로 볼 때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고비용 저효율도 개혁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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