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을 보호하면서도 국가가 수사상 필요에 의해 국민의 통신비밀과 자유를 제한할 때는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하기 위하여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수차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규정의 모호함으로 인해 통신비밀의 보호가 미흡할 뿐 아니라 입법적 미비로 인하여 수사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최근 국회에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됐고 이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여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과 관련하여 특히 논쟁이 되었던 부분은 통신사업자가 감청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점과 인터넷 사업자가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의 인터넷 주소(IP), 로그 기록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관하여야 하는 의무기간을 최대 1년간으로 하고 있는 점 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도 유괴나 테러 사건 등 사람의 생명이 걸린 촌각을 다투는 수사를 위한 감청조차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청이 남용되는 것을 막을 것인가.
먼저, 체포나 구속과 같은 강제 처분과는 달리 감청은 피감청자가 자신이 감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감청기기를 보유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경우에는 그 남용의 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감청설비를 통신사업자만 운용하도록 하고,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업자로부터 감청정보를 제공받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의 감청설비에의 직접 접근을 막는 것이 감청 남용의 위험을 최소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개정안의 장점이 색을 바래지 않도록 입법 이후에 이들 보안대책을 구체화하는 시행령 작업과 기술표준 제정이 뒤를 이어주기를 기대한다.
김형준 중앙대 교수·형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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