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강조하는 ‘창조경영’의 요체는 ‘변화와 인재’다. 사내보 봄호의 주제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었다. 말이 좋아 창조경영이고 변화와 인재이지 사실은 위기의식의 발로다. 역설 같지만 이 회장이 위기의식 확산의 ‘전도사’다. 그는 1월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사이에 우리가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정신 차리지 않으면 5, 6년 뒤 우리 경제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삼성에서 미래 먹을거리 발굴(신수종 사업), 사업 구조조정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삼성뿐 아니다. 위기의식을 변화의 동력(動力)으로 삼는 것은 ‘재계 코드’다. 시종일관 경제는 걱정 없다는 대통령과 사뭇 다르다. LG전자는 본사 지원부서 인력 40%를 사업본부에 배치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구매 생산 판매 연구개발 등 전 분야에서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SK와 롯데는 해외에서 신(新)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하나같이 비상경영 체제다. 하기야 삼성이 위기라는데 나머지는 오죽할까.
▷정치권은 당분간 대선에만 매달릴 것이다. 그래서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 전쟁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이 더욱 고맙다. 최근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이 3년 연속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과 신뢰도가 가장 높은 집단으로 평가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당, 권력기관, 시민단체 등은 한참 뒤다. 기업에 보내는 국민의 믿음을 보니 그래도 시장경제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신호 같아 맘이 좀 놓인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 훼방꾼이 많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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