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정규직 문제, 정규직이 고통 나눠야 풀 수 있다

  • 입력 2007년 7월 5일 22시 01분


이달 1일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노사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홈에버 노조원들은 “비정규직 3000여 명 중 500여 명이 길거리로 내몰렸다”며 지난달 30일부터 매장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어제 이랜드는 “계약기간 만료 전에 해고한 비정규직은 없고 521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며 노조원들에게 7일까지 현업에 복귀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이랜드의 전국 유통매장을 8일에 점거하겠다고 압박하며 회사 측의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37%인 540만 명으로 추계된다.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의 64% 수준이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은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과 해고가 어려운 고용 경직성 탓이 크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과 별도로 떼어 놓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작년 12월 비정규직 관련법이, 올해 6월 시행령이 각각 마련됐지만 노사정(勞使政)의 시각차가 큰 탓에 “보호법이 오히려 고용 불안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되거나, 외주업체로 쫓겨나거나, 전환배치 당하는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것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상론 원칙론만 펴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어제 전경련 간담회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외주나 도급으로 전환하는 기업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의 임금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만 재촉한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기업이 살아남아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지도 생기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기득권 근로자의 양보 없이는 풀기 어렵다. 기업에 고용 및 임금 부담은 존망(存亡)과 직결되는 문제다. 기업이 고용 또는 해고, 임금 조정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지도 커진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복지를 진실로 걱정한다면 기업만 압박하지 말고 기존 정규직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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