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옥자]사람 붐비는 서원-향교를 꿈꾸며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대원군은 1865년부터 1871년까지 서원 개혁을 단행했다. 전국에 넘쳐 나던 서원을 당론의 원천지로서 면세와 면역의 특권을 누리며 국가 재정을 좀먹는 원흉으로 지목해 사액서원 47곳만 남겨 놓고 모두 철폐했다. 조선왕조의 말기적 폐단으로 국가의 철퇴를 맞은 서원은 쇠퇴 일로였고 근대에 이르러 망국기를 거치면서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

그럼에도 아직 서원이 남아 있고 또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계속 복원된다. 향교도 전국에 산재해 있고 복원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서원과 향교는 대부분 산수 좋고 햇볕 잘 들고 배수가 잘되는 명당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제사를 지낼 때 외에는 인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빠른 속도로 퇴락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새로 복원된 서원이나 향교조차 사람의 손길에서 벗어나 퇴락하고 있다.

성균관이나 서원이나 향교 할 것 없이 모든 전통시대 교육기관은 제사 공간, 교육 공간, 기숙사와 도서관 등 기본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제사 공간에 해당하는 대성전은 유교 성현의 위패를 갖추고 정기적으로 제의를 행했다. 제의를 통한 인성교육의 장이었다.

명륜당 등 교육 공간에서는 지식교육이 이뤄졌다. 오늘날은 대성전의 기능만 살아남아 1년에 몇 번 제사 지내는 것으로 명맥을 유지한다. 전국적으로 산재한 서원과 향교는 대부분 빈집으로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빈집’ 방치되면 보존 어려워

그 첫째 이유로 이들을 문화재라는 틀 속에 넣어 보호 대상으로만 여기는 행정 관청의 고정관념을 들 수 있다. 물론 문화재는 보존해야 하고 보호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화재가 건물일 때는 사람이 살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지 빈집으로는 보존할 수 없다. 보호가 아니라 방치되기 십상이다.

둘째, 이들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고 있는 유림의 보수성이 문제가 된다. 한문교육이나 예절교육 외에는 용납하지 못하는 풍토가 아직도 남아 있다. 물론 돈이라면 귀신도 움직인다는 이 눈먼 자본주의시대에 이리저리 휘둘려 그나마 갖고 있던 자존심마저 손상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셋째, 서원과 향교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순기능을 살려 우리 삶에 이바지하는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려는 고민과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가 사회 개인을 불문하고 사장된 국가 자산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선 전통문화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 고급문화와 기층문화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흥미진진하게 진행할 수 있다. 한문교육과 예절교육은 이들 건물군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지만 엄숙주의를 벗어나기 어렵고 다양성이 부족하다.

여기에 주변의 산수를 활용한 삼림욕과 명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건강과 휴식의 의미를 더하면 좋겠다. 나아가 서예와 그림, 국악교실을 운영한 뒤 그 결과를 시화전이나 백일장, 음악회 등으로 분출하도록 기회를 만들고 대동제 같은 축제 한마당으로 결집해도 괜찮을 듯싶다.

동재와 서재 등 기숙사 시설을 현대화하여 숙박 기능을 강화하면 휴가를 알차게 보내려는 사람을 흡수할 수 있다. 동북아시대를 맞아 공통 문자로 유효한 한문교육을 통한 지식교육, 유교경전의 참뜻에 대한 침잠과 음미, 예절교육을 통한 인성교육, 시서화(詩書畵) 실기교육을 통한 감성교육 등 통합교육의 내실을 기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화체험-휴가 공간 활용해볼만

전국에 산재한 서원과 향교 중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을 도별로 선별하여 도마다 1곳씩 지자체와 연계해 운영하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지방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듯싶다. 건전하고 낭비 없는 휴가문화의 개발에도 기여하게 될 터이다.

이런 프로젝트에 기업이 문화사업과 사회 기여 차원에서 동참한다면 기업의 자금과 경영 노하우까지 곁들여 성공 확률이 더욱 높아지고 기업은 큰돈 안 들이고 홍보 효과를 거두게 되지 않을까?

정옥자 서울대 교수·국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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