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과 ‘의료급여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이라는 시민단체는 어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와 차별을 조장한다”며 새 제도를 아예 백지화할 때까지 저소득층에게 돈을 안 받고 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얼핏 들으면 의사단체와 시민단체가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속 들여다보이는 꼼수다.
의사들은 새 제도가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를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의료급여 대상자들이 병원을 여기저기 다녀야만 의사들이 정부에 더 많은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건의료노조도 이해(利害)가 일치한다. 그 진료비는 해당 환자에게는 ‘공짜’이지만 납세자에겐 혈세다. 의료급여 진료비는 2002년 2조313억 원에서 2006년엔 3조9251억 원으로 4년 만에 거의 배로 증가했다. 환자 중에는 두 달 동안 62개 병원을 다니며 2000알의 약을 타 낸 사례도 있다. 1종 수급자의 1인당 진료비가 같은 건강 조건의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48%나 높은 것도 모럴 해저드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올해 대(對)국회 뇌물로비 파문을 겪고 새 집행부를 맞은 의협의 첫 작품이 의료개혁 발목 잡기다. 의협 새 지도부가 로비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앞으로 철저히 국민과 함께 하는 의협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은 불과 10여 일 전이다.
‘저소득층 배려’라는 맹목적 명분에 얽매여 효율성 없는 시혜적 복지정책의 유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도 진실로 저소득층의 건강을 위한 길이 무언지 모르고 있다. 마구잡이 또는 ‘소일거리’로 하는 병원과 약국 나들이는 약물 오남용을 불러 환자의 건강을 해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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