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1기 국수전…고전의 시발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백 14로 뛰어들었다. 배짱 없이는 강행하기 힘든 수다. 흑 15 이하로 접전이 벌어지면 좌상 백 ○와 우상 흑 ○ 두 점이 피차 엷은 모습인데 흑보다 백이 더 허약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일진광풍이 휘몰아치는 분위기였으나 이내 백 30까지 서로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치를 ‘타협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바둑 고수들은 정치적 기질을 타고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흑 31은 굼떴다. 참고도 흑 1로 한 발짝이라도 더 머리를 내밀어야 했다. 백 32, 34가 흑 31의 실착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흑은 39의 곳을 바로 받지 못하고 35로 허둥지둥 달아나야 했으니 참고도에 견주면 천양지차다.

결국 백 44로 끊겨서는 고전이다. 흑은 51까지 쌈지를 뜨고 살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백은 ‘가’로 넘어가는 수를 남겼다. 그렇다면 장대처럼 뻗어 나온 흑말만 허공에 붕 뜬 꼴이지 않은가.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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