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샤부샤부 전문점 ‘채선당’을 운영하는 홍성호(38·사진) 사장이 직장을 그만둔 것은 입사 8년차였던 2002년, 그의 나이 서른셋이던 때였다. 대기업에서 제품 디자인을 담당하며 30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었지만 ‘비전이 보이지 않아’ 일찌감치 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시작한 사업은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다.
후배와 차린 제품 디자인 대행회사는 경기를 타 수입이 들쭉날쭉했다. 2004년 대학 때 전공인 ‘디자인’을 살려 온라인쇼핑몰을 차렸지만, 온라인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출혈 경쟁이 심해졌다.
“집 근처 자주 가던 음식점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불경기에도 이 정도로 손님이 많다면 높은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홍 사장의 단골 음식점은 샤부샤부 전문점 ‘채선당’이었다. 야채가 많이 들어가는 요리라 참살이(웰빙) 유행에도 맞았고,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위 있는’ 음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먼저 프랜차이즈 업소들이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사전조사에 들어갔다.
장사가 안된다고 알려진 곳을 찾았다. 인근 음식점에 들어가 “저 가게 사람 많은가요?”라고 슬쩍 물었다. 매출이 낮다는 곳도 수익을 꽤 올리고 있었다. 가장 장사가 잘된다는 업소도 찾았다. 주차만 하는 직원, 신발만 정리하는 직원을 따로 둘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그는 올해 2월 창업하면서 초기 비용으로는 꽤 많은 3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목 좋은 곳에 실평수 297m²(90평)가 넘는 매장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옆에 더 큰 음식점이 들어오면 손님을 뺏기기 쉽습니다. 이 근처에서는 우리만 한 규모로 음식점을 지을 공간이 없어서 다른 음식점이 잘 안 들어섭니다. 규모만으로 진입 장벽을 만든 셈이죠.”
홍 사장은 본사 지원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했다. 디자인 ‘전공’을 살려 실내 장식을 품위 있게 꾸몄다. 음식점 내부에 홈시어터를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직원들과 함께 2주에 한 번꼴로 샤부샤부를 먹어 가며 아이디어 회의도 했다.
“죽은 어떻게 만들어야 맛이 있는지, 서빙할 때 손의 위치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등을 직접 체험해 가며 개선점을 모색했습니다.”
차별화된 업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홍 사장은 개업 다섯 달 만에 월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요즘엔 주변에 비슷한 프랜차이즈 업소가 많아 같은 프랜차이즈끼리도 경쟁해야 합니다. 이 집이 더 맛있고, 더 친절하다는 인상을 손님에게 확실하게 심어 줘야지요.”
글=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성공 비결
홍성호 사장은 프랜차이즈 외식업의 특성을 잘 파악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외식업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감안해 중대형 평형으로 창업한 뒤 규모의 경쟁력을 키웠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원을 적극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운영 철학을 지킨 점도 성공의 비결이다.
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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