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홍보처-기자협회의 ‘공동합의문’ 笑劇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김창호 국정홍보처장과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기자협회 등 4개 언론 주변 단체와 14개 항의 ‘공동합의문’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 부처 기자실을 없애 언론의 취재를 제약하는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강행하는 데 일부 단체를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얘기다. 이런 식의 공동합의문이 발표되면 나라 안팎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합의문에 이름을 넣은 사람들은 이 정권이 끝난 후엔 얼굴을 바로 들기 어려울 것이다.

정일용 기자협회장이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정부와 협상을 벌이다 반발에 부닥치자 윤 수석은 데드라인(12일)까지 정해 놓고 기자협회를 압박하고 있다. 행정부처 기자실에 상주하지 않는 프로듀서연합회, 인터넷신문기자협회까지 동원한 것은 언론계와 ‘공동’으로 합의문을 만든 것처럼 선전하려는 속셈이다. 기자협회 조사에서도 일선 기자의 91%가 기자실 통폐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여기에 기자협회를 끌어들이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공동합의문(안)에는 뜬금없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북한의 적화 야욕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법률을 ‘언론자유의 걸림돌’이라고 보는 어처구니없는 인식이 배어 있다. 굳이 합의문을 만들려면 ‘북한의 언론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신장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구절이나 넣으라.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공동대표 이석연 변호사)은 그제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제한할 수 없는 취재보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본질적으로 훼손한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법률도 아닌 국무회의 의결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언론자유를 제한한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이런 판에 국정홍보처는 150억 원을 들여 외국 매체에 국가 브랜드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 광고를 해 놓고도 인지도(반응) 조사는 국내에 거주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국가 홍보는 이렇게 엉망으로 하면서 대통령의 대(對)언론 화풀이 뒤치다꺼리에나 매달리는 국정홍보처가 과연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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