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비투자 살려야 진정한 경기회복이다

  • 입력 2007년 7월 12일 23시 11분


국내 설비투자는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7년 이전까지는 과잉이었고 그 후엔 과소(寡少) 상태다. 2001∼2005년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총자산 70억 원 이상의 제조업체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설비투자 등 유형자산에 대한 지출은 전년에 비해 7.2% 늘어난 반면 주식 등 투자자산에 대한 지출은 18.9% 증가했다. 늘어난 현금 수입으로 설비투자보다 손쉬운 기업 지분 인수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얘기다.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들이 잉여금 364조 원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 두는 양상도 드러났다.

불확실한 미래의 리스크를 떠안는 투자보다 당장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탓할 수만도 없다. 전경련은 투자 저해 요인으로 규제의 불확실성을 가장 먼저 꼽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하느라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삼성전자 포스코 등 54개 상장회사는 ‘경영권 안보(安保)’ 차원에서 올해 들어 작년 동기보다 22% 늘어난 5조 원어치의 자사주(自社株)를 사들였다. 기업들은 또 투자할 여력과 생각이 있어도 고임금 및 노사관계 불안을 피해 해외 투자를 우선 검토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올해 들어 경기(景氣)와 설비투자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충분치 못하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8.2%로 전망했지만 한국은행은 최근 하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을 6.2%에서 4.5%로 낮춰 봤다.

주요 선진국들은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진입할 때 설비투자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질렀다. 우리나라도 올해 ‘4.6% 성장, 연평균 920원대 달러 환율’이라는 전망치대로 되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하겠지만 설비투자를 늘려 성장력을 계속 키우지 않으면 모래성(城)과 같다. 설비투자 활성화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의 길이다. 일본처럼 규제 제거를 통해 기업들의 왕성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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