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이사 중에는 물론 사학을 바로잡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정권의 코드에 충실한 인사들이다. 세종대의 경우 대통령 탄핵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변호사, 비판언론에 대한 공격수 역할을 해 온 시민단체 인물, 행정수도 이전에 앞장섰던 인사들도 포함됐다. 이미 임시이사를 지낸 손혁재 참여연대 정책자문부위원장을 재선임한 것도 ‘학교와 관계된 인물은 배제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재개정된 사학법은 대통령(3명) 국회의장(3명) 대법원장(5명)이 추천한 11명으로 구성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임시이사를 선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행정부의 독단이나 정치권력의 개입을 견제하려는 취지다. 교육부는 바로 이 신법에 따라 9월 중 사학분쟁조정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그때 가서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옳다. 신법 발효를 눈앞에 두고 서둘러 임시이사를 선임한 것은 이들을 통해 사학을 접수하려는 의도라고 의심받을 만하다.
선임된 인사들이 그 같은 정치적 의도에 들러리를 설 생각이 없다면 법 재개정의 취지를 존중해 스스로 사퇴하는 편이 떳떳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학분쟁조정위가 구성되는 대로 새 이사 파견이 검토돼야 한다.
세종대는 2년 전 발생한 학내분규로 임시이사가 파견됐었다. 그러나 주명건 전 재단이사장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해소된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원래의 재단에 돌려주는 것이 정도(正道)다.
노무현 정권은 세종대뿐 아니라 적지 않은 대학의 이사장, 이사 또는 총장에 코드인물들을 앉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 분규 대학을 전리품(戰利品) 또는 사유물(私有物)처럼 여기는 정권이 세계 어느 민주국가에 또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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