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무시 방북 요청’ 충격
이 사실을 증언한 잭 프리처드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장과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과장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숨진 장병들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군사행동을 감행한 북한과 무슨 대화가 그리 시급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국군통수권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저버린 이런 행동이 ‘문책’ 사유는 안 되는지 궁금하다.
서해교전은 1999년에 일어난 연평해전의 패배를 설욕하려고 북한이 치밀한 준비 끝에 도발해 6명의 아군 전사자를 내게 한 사건이다. 이때 아군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교전수칙’을 무시하고 ‘밀어내기’라는 어처구니없는 전술을 사용해 패배를 자초했다. 이 모든 참담한 결과의 배후에 햇볕정책이 존재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국기 위협’ 수준이다. 기존의 대북 경계심과 국가안보 체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렸고, 종착점은 주지하다시피 2012년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결정에 이르렀다. 김대중 정부는 재임 기간에 햇볕정책이란 이름 아래 대규모 ‘퍼 주기’ 유화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 그대로 계승됐다.
햇볕정책의 빼놓을 수 없는 열매라 할 2000년 6·15공동선언만큼 대한민국의 국체와 국기를 위협한 문서도 드물 것이다.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지향’을 명문화함으로써 명백히 ‘반(反)자유민주주의, 반헌법적’이 된 이 문서는 북한의 대남 인민민주주의혁명 노선의 선전 준거(準據)로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대북정책 과오의 핵심은 왜곡된 대북 인식에 있다. 미국의 타임지는 7월 12일자 판에서 북한이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행위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연간 17억 달러에 이르며, 범죄행위가 북한 정권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타임지는 북한의 범죄활동이 얼마 전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자금 전달 조치에도 불구하고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이 북한의 실상이다.
2·13합의 후 가까스로 영변 핵시설 폐쇄를 이행하는가 싶던 북한이 엊그제 경수로 제공을 새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한은 그동안 핵 포기 조건으로 북-미 상호 핵군축,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이는 최근 제의한 북-미 군사회담의 저의이기도 하다. 북한의 요구는 미국의 한반도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수용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핵 가진 ‘범죄자’와 공조라니
최근 한나라당이 상호주의 중심의 대북정책을 포기하고 햇볕 따라잡기로 전환한 데 대해 국민의 충격과 분노가 크다. 햇볕정책 계승자인 노 대통령은 이때를 놓칠세라 대북 상호주의를 맹비난하고 남북 공조를 주장하고 나섰다. 더는 북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지 말고 민족끼리 화합해 보자는 뜻이다. 타임지의 지적대로 핵을 가진 범죄 집단 수준의 북한과 민족을 명분으로 공조가 가능할까?
지금 국민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공조,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남북정상회담 등 일련의 한반도 안보구도 개편 기도에 큰 우려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정권 교체 여부를 가름하는 금년 대통령 선거가 지난 10년간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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