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씨는 열린우리당에서 원내대표까지 지냈으면서도 이 당 간판으론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면서 2월 6일 의원 22명과 함께 선도(先導) 탈당했다. 3개월 뒤 그는 중도개혁통합신당이라는 정당을 만들더니 6월 27일 민주당과 합당해 박상천 씨와 함께 통합민주당 공동대표직을 맡았다. 그리고 다시 한 달 만에 형식상 당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미래창조신당’ 창당준비위에 참여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2003년 9월 민주당을 깨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든 사람 가운데 하나다. 적어도 지난 4년여 동안의 국정 파탄에 공동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옷 갈아입고 화장 고쳐’ 딴 사람인 양 행세하려는 격이다.
조순형 씨는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분당할 때 따라가지 않고 남아 지금껏 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며칠 전엔 단지 한나라당에 맞서기 위한 범여권의 ‘잡탕 대통합’에는 동참할 수 없다며 통합민주당 당적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도(正道)를 벗어난 ‘대통합 훈수’에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정치에서 명분이 무엇이고, 소신이 어떤 것인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다.
자칭 대통합신당은 한마디로 ‘조순형은 없고, 김한길이 있는’ 그런 정당이다. 참여 의사를 밝힌 국회의원이 84명이라지만 옛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출신 4명을 뺀 80명은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그들 중에는 김 씨처럼 화려한 변신 이력(履歷)의 소유자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일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미래창조연대’도 참여했지만 그런다고 열린우리당 색깔이 쉽게 탈색되겠는가. 여기에 친노(親盧) 및 비례대표 의원 등 열린우리당에 남은 사람들과 DJ의 차남인 김홍업 통합민주당 의원이 동참한들 대통합신당이라고 하기엔 낯간지러울 것이다. 쉽게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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